[토요기획]흑인 용병-타타르 거인 투입했지만… 사천왜성 혈전 참패
잊혀진 전쟁 ‘정유재란’
“전하, 소장이 얼굴이 색다른 신병(神兵)을 데리고 왔는데 소개하겠습니다.” 정유재란이 치열한 국면으로 치닫던 1598년 5월 26일. 선조 임금이 한양도성 인근에 주둔중인 명군 진영을 방문했다. 명군이 남해안 일대의 왜군을 공격하기에 앞서 한양에 머물면서 전열을 정비하던 때다. 명나라 파견군 장수 팽신고(彭信古)가 선조에게 자랑하듯 신병 소개를 자처하고 나섰다. “어느 지방 사람이오? 대체 무슨 기술을 가졌길래?” “호광(湖廣)의 극남(極南)에 있는 파랑국(波浪國·포르투갈) 사람입니다. 바다 셋을 건너야 호광에 이르는데, 조선과의 거리는 15만여 리나 됩니다. 그 사람은 조총을 잘 쏘고 여러 가지 무예를 지녔습니다.”(‘선조실록’) 선조는 중원 사람들도 보기가 어렵다는 신병을 뚫어져라 살펴봤다. 노르스름한 눈동자에 얼굴빛이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었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에다, 검은색 양모(羊毛)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팽신고는 신병은 칼 솜씨가 뛰어나고, 바다 밑에 잠수하여 적선을 공격할 수 있으며, 또 수일 동안 물속에 있으면서 수족(水族)을 잡아먹을 줄도 안다는 등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