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년이 흘렀건만, 위기 둔감-당쟁 어찌 그리 똑같은지”
[토요기획]잊혀진 전쟁 ‘정유재란’ 연재를 마치며, 3인 좌담
동아일보가 7월부터 22회에 걸쳐 연재한 ‘잊혀진 전쟁, 정유재란’ 시리즈는 이 전쟁이 과거 속에 묻힌 역사가 아닌, 현재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역사임을 보여줬다. 정유재란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대비하는 해법을 모색해보기 위해 5일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김병연 임진·정유 역사재단 추진위원회 위원장(전 노르웨이 대사), 이대순 한일협력위원회 부회장(전 경원대·호남대 총장), 최영훈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다. 정유재란의 경험을 통해 짚어 보아야 할 점은? 이대순: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 16세기 당시의 조선 정세는 시대 배경이 다르고 시간적 차이도 크게 나지만, 한국인의 의식 구조는 4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진·정유 7년 전쟁이 벌어지기 전 조선에는 위기의식이 별로 없었고, 국정을 이끄는 최고 통치자와 관료 집단의 리더십 또한 아주 취약했다. 관료들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나 국민의 삶에 대한 관심보다는 소속 당파의 이익과 파쟁에만 몰두했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북한의 위협을 둘러싼 미·일·중·러의 각축전은 한반도가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세계질서가 크게 재편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우리는 둔감하지 않은가 걱정된다. 국내 정치는 여야 할 것 없이 자기 세를 확장하는 데만 급급하고, 정부는 국민을 단합시켜 난국을 헤쳐 나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생략>